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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너무나 감상적인 공동체의 공포증

노회찬, 자살인가 타살인가

박필립 | 기사입력 2018/08/01 [13:16]

죽음에 대한 너무나 감상적인 공동체의 공포증

노회찬, 자살인가 타살인가

박필립 | 입력 : 2018/08/01 [13:16]

▲    노회찬 의원 (1956-2018)



한 시대를 불꽃같이 살아왔던 한 정치인의 죽음이 폭염에 밀려간 지가 이제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노회찬의 죽음이 단순히 정부의 발표대로 자살임이 확실하니 조문으로 끝날 일인가.

 

노동운동 동지였던 김문수, 이재오 등이 진보정당을 포기하고 '민주자유당'이라는 기득권 정당으로 옮겨탈 때도 노회찬은 한국 정치판에서 찬밥신세인 진보정당의 깃발을 내리지 않았다. 

2005년 MBC 이상호 기자의 삼성 X 파일을 접한 노회찬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전, 현직 7명의 검사 실명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대법원은 2013년 2월,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여 그의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게 된다.

 

"국민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가..."

노회찬의 항변에도 당시 국민 대다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 그러나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국민이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것은 바로 그런 거대 권력의 비리에 맞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

억울하게 쫓겨난 자신의 지역구를 안철수라는 인물이 차고 들어와도 대다수 유권자는 안철수의 부도덕을 탓하는 대신 그를 당선시키기조차 한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입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납니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믿고자 했던 국민은 광야로 쫓겨난 노회찬을 거두려 하지 않았다.

그를 광야에서 풍찬노숙을 하게 했던 대법원 판사 누구도 법 앞에 서지 않았다. 덕분에 얼마 전까지도 양승태 같은 대법원장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의 대법원 판사들은 국민의 머리 위에 군림해왔다.

 

 2014년 보궐선거에서조차 나경원에게 패할 정도라면 노회찬이 평생을 몸바쳐 사랑했던 국민은 신기루였단 말인가. 노회찬을 광야에서 불러들인 사람들은 다름 아닌 노동자 동지들이었다. 노조가 활발한 경남 성산에서 3선 의원으로 복귀하게 된다. 

 

노회찬이 보여준 한국 정치판에서의 신선함이 단순히 갈증 날 때 한잔 사이다로 취급받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의 죽음을 접하는 국민의 자세가 그러하다. 정치는 둘 만의 약속이 아니라 수백만 수천만의 미래를 책임지는 엄중한 자리임에도 국민의 선택과 행동은 다분히 이성보다는 감정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 대표적 예가 노회찬의 사후 처리 과정이다.

 

사망 원인에 대해 의문점이 없는 경우 유족의 희망에 따라 부검을 거부할 수 있으나 자살자의 경우, 부검 없이 곧바로 장례절차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익사자나 투신사망의 경우는 그 부검이 필수라고 봐도 된다. 그럼에도 노회찬의 시신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화장터로 보내졌다. 

 

노회찬의 죽음이 아무 의문점이 없는 투신자살인가?

 

1. 17층과 18층 사이 창문에 올라가 떨어졌다면 바로 그 밑에 떨어져야 함에도 예상 낙하지점과 7-8 미터나 차이가 나는 곳에 떨어졌다면 올림픽 제자리 뛰기 선수도 불가능한 거리이다. 

 

2. 2-3층에서 떨어지는 수박도 지면에 닿는 순간 박살 나서 그 주변이 깨진 수박조각이 널려있을 것인데 17층 높이에서 떨어진 사람의 피가 사고 주변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3. 아파트 관리인이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달려나갔더니 사람 얼굴이 으깨져 있기에 맥박을 재봤더니 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머리통이 으스러져도 사람의 맥박은 바로 멈추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2009년 5월 23일 8시 13분 양산 부산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8시 50분 사망으로 발표됐다. 추락 시점인 동일 6시 50분을 기준으로 하면 추락 후 2시간 후에 사망한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경우 즉사할 높이였다고는 하나 추락 후 곧장 맥박이 멈췄다? 심장이 터졌다면  그 바닥은 피로 흥건했어야 했다. 

 

4. 노회찬의 친필 유서가 있는가-유서는 친필로 쓰이지 않으면 유서로 인정되지 않는다. 비록 친필로 쓰였다 해도 작성 일자 및 서명, 보증인 서명 등이 병기되지 않으면 법정에서 유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친필 유서가 있다고 언론에서 발표됐지만, 그것을 확인해줄 기사 사진은 발표되지 않았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국민의 의심을 일부러 불러일으킬 목적이 아니었다면 분명 노회찬 의원은 자필 유서를 남겼을 것이다. 설마 휴대폰 유서나 컴퓨터 유서를 자필 유서라고 발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직 자필 유서 준비가 안된 것인가.

 

여러 정황이 의문점에 쌓여있음에도 급히 화장처리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의 발표를 믿자고?  '탁' 치니, '억' 하고 죽은 박종철의 죽음도 경찰이 발표했다.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의심을 할 만한 사안임에도 정부는 화장을 서두른 이유가 단순히 유족의 뜻을 따른 것인가? 

투신 현장을 많이 목격한 현직 경찰 간부의 위 사실에 대한 부정들이 옳다면 이름 정도는 밝혔어야 함에도 친필 유서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도 유족의 뜻인가. 음모론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그 음모론이 왜 허구인가를 밝혀야 하는 것이 경찰의 책임임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경찰 간부의 말이 옳다는 언론이 대부분인 작금의 언론 상황이 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굳건한 댐도 조그마한 구멍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런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음에도  정부가 그 모든 위험을 떠안을 정도로 대담한 것인가, 아니면 개, 돼지 취급을 해도 될 만한 국민이라 그런가. 

적폐청산 피로를 내세워 개혁에서 한발 물러서기 위해 노회찬을 자살시킨 것이 정치권이라면 그들을 용납하고 있는 국민 또한 비겁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종철의 죽음에 의심을 하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해왔다가 정의구현사제단의 발표에야 겨우 꿈틀거렸던 우리 아니었나. 세계사에 기록될 위대한 촛불혁명의 주인공들이 어느 순간 집단 공포증에 걸려있다. 정권도 국민도...

 

조문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덮히는 게 노무현 대통령 하나로 부족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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