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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오디오에 입문하다.

뉴몰동 탕고

템즈 | 기사입력 2023/06/30 [00:56]

영화광,오디오에 입문하다.

뉴몰동 탕고

템즈 | 입력 : 2023/06/30 [00:56]

“꼭두새벽부터 왠 화상 전화여?”

“…”

가계 셔터를 올리던 장회장은 뒷주머니에서 울리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영국의 허사장이다. 화면은 보이는데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잠시 버벅이던 핸드폰이 꺼졌다. 장회장은 가계에 불을 커고 입간판을 내놓자 다시 전화가 울린다. 

“형님, 조까치 돼버렸소.”  허사장이 똥 밟은 얼굴을 들이민다.

“뭐가?”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장이 묻는다.

“왜 그 있잖소. 독일에서 업어온 앰프 말이우.” 

“혀봐.”  

“예?”

“계속 말 혀보란 말이시.”

“아 예, 긍께 지난번 나가 독일 갔을 때 형님 가게에서 중고로 사온 앰프 있잖아요. 그 놈 시디 플레이어가 안 열려서 거시기를 뿌렸는디…”

“WD를?”

“아따 형님은 착하면 척이우. “

“쿵 하면 옆집 호박 떨어지는 소리고…. 그 정도 눈치 없어서야 어찌 해외바닥에서 밥 먹고 살겠는가. 시디 플레이어 문제 생기면 WD 뿌렸다고 들고 오는 사람들 많아.

 

이른 아침, 독일 장회장과 통화를 한 뒤로 오전 내내 개운치가 않다. 점심 시간이 지나자 한가해진 세탁소 캡틴팍이 마실을 왔다. 늘상이 돼 버린 둘만의 오후 담소를 위해 허사장이 커피를 내오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히드로 공항에 비행기가 안뜨나?” 캡틴팍이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이렇게 좋은 날씨에 뱅기가 왜 안떠?” 

“내 말이, 유 얼굴이 하도 글루미해서 물어보는겨. 왜 제수씨와 한바탕 했어?”

“거 있잖아. 독일 장회장 중고숍에서 사온 앰프…” 허 사장은 뒤를 돌아보더니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말을 잇는다.

“앰프 시디 플레이어가 잘 안돼서 ….”

“안 그래도 왜 음악소리가 안 들리나 했지? 내가 그랬잖아. 중고는 어디까지나 중고라고. 에이에스 기간 끝나면 아무리 명품이라도 중고 행세를 한다고. 그 교활한 장회장에게 바가지 ….” 하는 순간 허 사장 와이프가 등장한다.  안젤라가 세탁소 사장에게 눈인사를 하며 이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홭아유 토킹 어밭 투데이?” 스페인 출신인 허사장  와이프는 수 십년이 지나도 한국어에 익숙치가 않다. 허사장이 캡틴팍에게 그녀가 앉기 전 이미 눈짓을 해서 둘의 대화는 끊어진 상태다. 멀뚱히 커피만 마시고 있는 둘을 번갈아 보던 안젤라가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저녁 장사나 준비해야지…”남편 들으라는 소리다.

와이프를 따라 일어서며 허사장이 캡틴팍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전자기기 수리할 줄 아는 사람 몰라?”

“버려. 중고는 중고값을 한다니깐, 명품은 무슨 얼어죽을…” 켑틴팍도 커피를 털어 넣고는 자리를 떴다.

 

오후 가게 셔터를 내릴 무렵 장회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영국 허사장이다.

“형님, 오늘 되게 피곤해 뵈네. 많이 팔았수?”

“돼서 그래. 요즘 비즈니스 꽝 아닌 곳 있나.  .”

“아따, 손바닥만한 중고숍이 뭐가 힘들다고…형님이 되면 하루 종일 주방 불 앞에서 앉을 틈도 없는 나는 …”

“이제 나도 은퇴할 때가 됐나 봐. 요즘 가뜩 피곤하네. “장회장이 셔터 문을 닫고 전자담배를 꺼내 물었다.

“남이 들으면 형님을 대기업 회장쯤으로 알겠수. 이미 은퇴할 나이는 벌써 지났고…평생 형님이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그것을 업으로 살아오신 분이 뭔 고된 일이라고…”

“시디는 고쳤고?” 장이 말머리를 돌렸다. 서로의 하소연이 시작되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화했수. 이제는 좃도 아니게 돼부렀소.”

“?”

“어제는 시디 쪽에다만 뿌렸는데 오늘은 회로 부분에도 듬뿍 뿌려 갖고…”

“뭐여? 내가 아침에 WD 뿌리자 말라고 했잖어. 갸는 전자제품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고. 녹 제거제여, 녹 제거…”

“형님이 확실하게 전자제품 사용용이 아니라고 했어야지. 형님 지식 자랑만 잔뜩 늘어놓으니 내가 못 알아들었지. 코팅이 어떻고 신형 앰프가 어떻고…”

“어허…이것참…일이 벌어졌네. 민감한 전자 회로부분에 뿌려 댔으면 야단인데….”

“한두 푼도 아니고…형님 말 믿고 명품 앰프 샀다가 와이프에게 쫓겨나게 생겼수.”

“그게 왜 내 탓인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 저질러 놓은 사람은 누구인데…동상의 책임전가 버릇은 여전하구만.”

“그래서 시민 아니우, 책임을 지지않는게 시민의 특권이라매요?

“특권 아니고 특징이라고. 말 왜곡하지 말더라고.”장회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업어치나 메치나….”허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다음 날 아침도 허사장으로부터 온 영상통화 벨이 울린다.

“형님, 완전 주옥 돼버렸수.  마눌이 알아갔고 앰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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